대기만성이란,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는 말로 크게 될 사람은 늦게라도 꼭 성공한다는 뜻입니다.
야구 선수들 중에서도 신인 때부터 활약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유망주 꼬리표를 오래 달고 다니다가 늦은 나이에 기량이 만개하는 선수들이 있기도 합니다.
오늘은 KBO 선수들 중에 이런 대기만성형 선수들을 모아왔는데
대기만성의 기준을 만 30세로 정해봤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어떤 선수가 늦은 나이에 기량이 만개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한화의 최재훈입니다.
최재훈은 덕수고 졸업 후 2008 신인드래프트에 나갔지만
지명을 받지 못하고 신고선수로 두산에 입단했습니다.
프로에 들어가고 초반에는 2군에서만 뛰다가
2010년에 경찰 야구단에 다녀오면서 빠르게 군 문제를 해결했고
2012시즌에는 1군 엔트리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당시 두산의 주전 포수는 양의지였는데
그 당시 양의지가 지금처럼 리그 정상급 활약을 하던 것은 아니었지만 타격 면에서는 최재훈을 압도했고
수비 면에서는 최재훈이 조금 더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2015시즌까지 양의지의 백업 포수로 매 시즌 100타석 정도를 출장했는데
양의지가 2015시즌에 0.326의 타율과 20홈런을 기록하면서
최재훈은 두산에서 더 이상 주전 자리를 넘보기 힘든 상황이 됐습니다.
그러다가 2017년 4월에 신성현과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로 이적했고
이 트레이드가 최재훈에게는 큰 변곡점이었습니다.
당시 한화의 포수진은 정범모, 허도환, 차일목, 조인성으로 구성됐는데
최재훈은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그 해 가장 많은 이닝을 책임졌고
팀 동료들에게도 인정받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타격에서는 여전히 0.250대의 타율에 머물렀고
2018시즌에도 타율 0.262, 1홈런에 그쳤습니다.
그리고 만 30세가 되던 2019시즌,
시즌 시작과 동시에 4할의 맹타를 휘두르기 시작했고
5월과 6월에도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면서
타율 0.290, OPS 0.760, wRC+ 122, WAR 3.50의 좋은 성적을 남겼습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규정타석을 채운 시즌이기도 했고
2019시즌 포수 순위에서도 양의지를 제외하면 인간계에서는 1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20시즌에는 규정 타석을 아쉽게 채우지 못했지만
데뷔 후 처음으로 3할 타율을 넘겼습니다.
암울했던 2020시즌 한화 이글스에서 최고의 타자였고
투수와 타자를 합하더라도 가장 높은 WAR을 기록했습니다.
2019시즌 만 30세의 나이에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2020시즌에도 맹활약한 최재훈을 첫 번째 대기만성 선수로 뽑아봤습니다.
다음은 kt의 박경수입니다.
박경수는 성남고 시절부터 대형 유격수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2003 신인 드래프트에서 LG의 1차 지명을 받았고
계약금도 4억 3000만원을 받으면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데뷔 첫 시즌부터 84경기에 출장하며 가능성을 보여줬고
(타율 0.273/OPS 0.723/wRC+ 94.5)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했기 때문에 여러 포지션을 옮겨다니다가
2007시즌에 지금의 2루수 포지션에 고정됐습니다.
당시 잠재력을 계속 보여주던 선수였기 때문에
LG팬들은 북경수라고 부르며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 차출을 바랐지만
타격 성적이 워낙 안좋았기 때문에 대표팀 승선에는 실패했습니다.
공익으로 군 문제를 해결한 이후에 팀으로 돌아왔지만
복귀하고 나서도 부상이 겹치며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2014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었는데 원 소속 구단인 LG와의 협상이 결렬됐고
당시 1군 리그 진입을 앞둔 kt에서 박경수를 4년 18억2000만원에 영입했습니다.
2015시즌을 앞두고 조범현 감독이
'박경수는 20홈런도 가능하다' 라는 인터뷰를 했는데
당시에는 다들 별로 기대도 안하고 있었지만 놀랍게도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LG에서 10시즌을 뛰면서 통산 타율 0.241, 통산 홈런 43개에 불과했는데
kt 이적 후 만 31살 첫 시즌에
타율 0.284, OPS 0.906, 22홈런, wRC+ 131로 커리어하이를 달성했고
WAR은 5.53으로 나바로에 이어 2루수 중 2위를 차지했습니다.
다음 해인 2016시즌에는 데뷔 첫 3할 타율을 넘기기도 했고
또 다시 20홈런을 때려내면서
KBO 토종 2루수 최초로 2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했습니다.
2018시즌이 끝난 후에는 다시 FA자격을 얻어서
kt와 3년 총액 26억원에 두 번째 FA계약을 따냈고
2015시즌부터 2020시즌까지 매년 두 자리 수 홈런을 쳐주는
쏠쏠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음은 kt의 유한준입니다.
유한준은 유신고, 동국대를 졸업하고 현대에 입단했는데
현대 시절에는 외야 유망주로 경기에 많이 나왔지만 큰 활약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이후 상무에 입대해서 군 문제를 해결했고
제대 후 2010시즌부터 넥센의 3번 타자로 주로 나왔습니다.
2010, 2011시즌까지는 히어로즈의 암흑기 시절이었는데
그 와중에 유한준이 0.290대의 타율을 기록하며 팀 타격을 이끌었지만
그래도 3할 타율은 넘기지 못했고 두 자리 수 홈런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2013시즌까지 유한준의 평가는
3할 타율은 못치지만 2할 후반대 정도는 쳐주고,
홈런도 5~6개 정도는 치는, 좀 애매하게 잘하는,
주전이긴한데 살짝 아쉬운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유한준은 2014시즌을 앞두고 근육량과 체중을 많이 늘렸고
그 효과로 2014시즌부터는 완전히 다른 수준의 선수가 됐습니다.
타율 0.316, 20홈런, 91타점, OPS 0.925 wRC+ 119.9를 기록했고
WAR은 3.06으로 만 33살에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인 2015시즌에는 다시 한번 커리어하이를 갱신했는데
타율 0.362, 23홈런, 116타점, OPS 1.009 wRC+ 157.6을 기록했고
만 34살의 나이에 커리어 처음으로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습니다.
유한준은 2015시즌이 끝나고 앞선 두 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kt와 4년 60억원의 FA대박까지 터트렸고
kt 이적 후에도 매년 두 자리 수 홈런을 치면서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마지막은 한화의 박정진입니다.
박정진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좌완 강속구 투수로 이름을 날렸고
1999 신인드래프트에서 한화의 1차 지명을 받아 계약금 2억원에 한화에 입단했습니다.
프로생활 초반에는 어깨 부상때문에 많은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고
2001시즌에는 57이닝, 2002시즌에는 47.1이닝,
2003시즌에는 100.1이닝을 던지기도 했지만
많은 좌완 파이어볼러가 그렇듯 제구력에 문제가 있어서
볼넷을 많이 내줬고 평균자책점도 안정적이지 않았습니다.
만 28살이었던 2004년에는 프로야구 병역비리 사건에 연루됐는데
불기소처분을 받았고 재검 후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했습니다.
소집해제 후 2008년부터 2009년까지는 어깨 통증 때문에
거의 1군에 올라오지 못하고 재활군에 머물렀습니다.
허무하게 2009시즌이 끝나고 한화 구단에서는 만33세의 노망주를 방출하려 했지만
당시 한화에 좌완 불펜 투수가 부족했기 때문에
한대화 감독의 지시로 방출은 피할 수 있었습니다.
방출의 문턱에서 겨우 살아남아 2010시즌을 맞게 됐는데
절박함 때문인지 만 34살의 나이에 드디어 잠재력이 터졌습니다.
2010시즌 불펜에서 56경기에 등판해
79.1이닝 2승 4패 10세이브 6홀드 ERA 3.06을 기록했고
세이브나 홀드가 아주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 한화 불펜에서는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였습니다.
2011시즌에는 오넬리와 바티스타 앞의 셋업맨 역할로
86이닝 7승 6패 7세이브 16홀드 ERA 3.24를 기록했고
시즌 후 1999년 데뷔 이후 최초로 연봉 1억원을 넘겼습니다.
2015, 2016시즌에는 김성근 감독의 살려조 멤버로 활동하면서
2015시즌에는 96이닝, 2016시즌에는 84이닝으로 아주 많은 이닝을 소화했습니다.
만 41세였던 2017시즌을 끝으로 부상 때문에 1군에 올라오지 못했는데
2019시즌을 앞두고 현역 연장 의지를 불태웠지만
결국에는 은퇴를 결정하면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했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남들은 에이징 커브가 오는 나이에 전성기를 맞은 대기만성형 선수들을 알아봤습니다.
혹시 본인이 생각하는 대기만성형 선수가 또 있다면 댓글로 공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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