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이란, 운동선수가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심장 흥분제나 근육 강화제 같은 약물을 먹거나 주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모든 스포츠에서 도핑을 금지하고 있고 당연히 KBO에서도 그렇지만
합법적으로 도핑이 가능한 경우도 있는데
그건 바로 FA로이드입니다.
FA로이드는 자유계약을 뜻하는 FA와
근육 강화제인 스테로이드의 합성어입니다.
FA를 앞둔 선수가 금지약물인 스테로이드라도 맞은 것 처럼
평소보다 더 좋은 성적을 보여준다는 뜻입니다.
1년의 성적으로 몸값 수 억원이 좌우되기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FA를 앞둔 시즌에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계약을 체결한 뒤에는 성적이 다시 원상복구되는 선수들도 많습니다.
역시 가장 큰 동기부여는 돈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서 오늘은 합법 도핑 FA로이드의 효과를 봤던 선수들을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강동우입니다.
강동우는 삼성, 두산, KIA, 한화에서 뛰었던 선수로 데뷔는 1998년 삼성에서 했습니다.
1998년 데뷔 첫 시즌에는 타율 0.300, OPS 0.832, wRC+ 127.2를 기록하면서
향후 삼성의 주전 외야수가 될 것이라 기대 받았지만
수비 도중 큰 부상을 당했고
그 이후로 신인 때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특히 2005시즌부터는 2할대 중반의 타율로 부진했고
2007, 2008시즌에는 주전 경쟁에서도 밀리면서
50타석 정도밖에 소화하지 못했습니다.
2009시즌을 앞두고 세 번째 트레이드를 당하며 한화로 이적했는데
이 트레이드가 강동우에게 신의 한수가 됐습니다.
첫 번째 FA자격까지 한 시즌을 남겨둔 상황이었는데
2009시즌 붙박이 1번타자 겸 중견수로 기용됐고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하면서 만 35살의 나이에 27도루를 달성했습니다.
타격에서도 0.302의 타율로 데뷔 이후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했고
출루율도 0.384로 데뷔 후 가장 높은 출루율을 남겼습니다.
거의 은퇴를 앞둔 상황에서 FA자격까지 얻게 됐고
한화와 1년 총액 3억원의 조건으로 계약을 마쳤습니다.
팬들은 반짝 활약이 아니기를 바랐지만
바로 다음 시즌 스프링캠프에서 간염에 걸리며 조기 귀국했고
체력문제로 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서 모든 지표가 예전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은 이호준입니다.
'인생은 이호준처럼' 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FA계약을 기가막히게 잘했던 이호준입니다.
2000년대 초중반, 2할 후반대의 타율과 2,30개의 홈런을 치면서
2007시즌 후에 첫 번째 FA자격을 얻었고
4년간 최대 34억의 계약을 맺으면서 SK에 잔류했습니다.
계약 첫 해인 2008시즌에는 무릎 부상때문에 한 해를 통째로 쉬었고
나머지 세 시즌은 점점 기량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누가봐도 에이징 커브라고 생각할만한 기록을 남겼고
팬들에게는 먹튀 선수로 낙인 찍혔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FA를 앞둔 2012시즌,
붙박이 4번 지명타자로 출장하면서 엄청난 활약을 펼칩니다.
wRC+가 163으로 본인의 커리어 하이였던 2003년의 154.8을 넘어섰고
첫 번째 FA 직전 시즌 이후 처음으로 3할 타율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시즌 후에 NC와 3년 20억원의 계약을 맺었고
계약 기간 동안 중심 타선에서의 좋은 활약과 함께
고참으로서 젊은 선수단을 잘 이끌고 은퇴했습니다.
다음은 유한준입니다.
유한준은 2013시즌까지만 하더라도
통산 타율 0.267 OPS 0.710 정도를 기록하던 리그 평균수준의 타자였습니다.
그러다가 2014시즌, 근육량을 증가시키면서 완전히 다른 수준의 선수가 됐고
타율 0.316 OPS 0.925 wRC+ 119.9를 기록했습니다.
여기까지만 하더라도 본인의 커리어하이를 달성한건데
FA 직전 시즌이었던 2015시즌에는 잘하는 선수 정도가 아니고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급의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타율 0.362 OPS 1.009 wRC+ 157.6으로
타율 2위, 출루율 6위, 장타율 5위, OPS 4위에 올랐습니다.
2015시즌의 엄청난 성적을 바탕으로 시즌이 끝나고 kt와 4년 60억원의 계약을 맺었는데
물론 이후에도 꾸준한 성적을 보여줬지만
2015시즌의 성적은 FA로이드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정도의 기록인 것 같습니다.
다음은 손시헌입니다.
손시헌은 선수 커리어 동안 두 번의 FA계약을 맺었습니다.
첫 번째 FA 자격은 2013시즌 종료 후에 얻었는데
NC와 4년 30억의 계약을 맺으면서 이적했습니다.
이적 후에는 NC에서 탄탄한 수비와 함께
2할 중후반대의 타율로 무난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가
2016시즌에는 데뷔 첫 3할 타율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만 37세의 나이로 2017시즌을 맞게 됐는데
두 번째 FA 자격을 눈앞에 두고 FA로이드 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타율 0.350, 출루율 0.386, 장타율 0.447를 기록하면서
타격 부분에서 데뷔 이후 최고의 성적을 거뒀습니다.
아쉽게 규정 타석은 채우지 못했지만
30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들 중 타율 4위를 기록했는데
만 37세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정말 대단한 성적인 것 같습니다.
손시헌은 시즌 후에 두 번째 FA자격을 취득했고
2년 15억원의 조건으로 NC와 잔류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시즌부터는 FA로이드 효과가 사라지며
성적이 제자리를 찾아갔고 2019시즌 종료 후 은퇴했습니다.
마지막은 이재원입니다.
이재원은 데뷔 초반부터 타격 쪽에서는 재능을 보였지만
포수로서는 평가가 좋지 않았고
당연하게도 포수로 출장하는 경기와
지명타자로 출장하는 경기간의 타격 성적 차이가 컸습니다.
2014년에는 지명타자와 포수를 절반씩 소화하면서
타율 0.337 OPS 0.921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는데
2015시즌부터는 포수로 나오는 이닝이 점점 늘어나면서
타격이 살짝 주춤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2017시즌에는 타율 0.242 OPS 0.668로
커리어 로우급 성적을 기록했고 풀 타임을 소화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FA 직전 시즌인 2018시즌을 앞두고
12kg 체중 감량을 하면서 의욕적으로 시즌을 준비했고
FA로이드 효과까지 더해지며 완벽한 시즌을 보내게 됩니다.
2018시즌 이재원은 타율 0.329 OPS 0.918 wRC+ 130.6을 기록했고
홈런은 17개를 치면서 본인의 최다 홈런 타이 기록을 세웠습니다.
한국시리즈 6차전이 끝나는 순간에는
SK의 최태원 회장이 최정과 이재원을 집으면서
'쟤네 둘 잡아'라고 직접 언급했다고도 합니다.
2018시즌 엄청난 활약에 힘입어 이재원은 4년 총액 69억원에 SK에 잔류하게 됐고
팬들은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지만
FA로이드 효과가 다 떨어지고 2019시즌에는 아쉬운 모습을,
2020시즌에는 끔찍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합법 도핑인 FA로이드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역시 직업을 불문하고 최고의 동기부여는 돈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제가 놓친 역대급 FA로이더가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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